0. 32-24-33
줄자가 늘어났나 싶어 다시 쟀다. 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이 수치를 들고 자랑해봤자 어머니와 이모로 이어지는 외갓집 여인들 사이에서는 "통나무가 가늘어진 거지 뭐"라는 반응밖에 얻지 못한다) 줄자가 닿는 곳을 피해 군살이 쌓였고, 거울로 얼굴을 보면 기분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몸매를 숫자로 치환해놓고 자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깜박, 지하철 전신거울로 셀카를 찍었다. 괜한 것을 알았다. 6등신이잖아. 이런 숫자는 깨닫고 싶지 않았다.
1. 치열교정이 끝난 것은 작년 가을 무렵이다. 뻐드렁니를 밀어넣고 어금니를 뽑고 사랑니를 세웠다. 어머니는 그것을 무척 반겼다.
"우리 딸, 인물났네. 내가 고슴도치 어미라 이런 말을 하나?"
어머니는 가지런해진 앞니를 만족스럽게 쳐다보다가 뒤로 조금 물러나 나를 재듯이 살폈다.
"이제 눈만 조금 하고, 코도 조금 하고, …턱도 조금 깎고 화장을 하고 다니면 예쁠텐데."
"…충분히 객관적이신데요, 어머니."
2. 어머니는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나한테 안한다고 뭐랄 것이 아니다) 일 년에 한두 번쯤 어머니는 거울 앞에 앉았고, 한참 지나서 일어났다. 그런 후 어머니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어머니의 화장술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어떤 스타일이라고 찍어 말하기도 어렵지만…
마티스? -_-
내가 지금까지 화장술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는 것도 일부는 어머니의 탓이다. 시도는 했다. 이모가 챙겨준 화장품을 뿌듯이 안고, heerin이 주고 간 화장대 앞에 정좌하여, 구글링과 유튜브를 통해 익힌 것을 재삼 암송했다. 그렇게 난 분명히 시도는 했다. 떨리는 손을 억누르고, 어떻겐가 됐다 싶을 때까지 집중했다.
물론 칸딘스키도 그림 한 점을 완성할 때 집중을 하긴 했을 것이다.
칸딘스키 말이다.
군산에 내려가 있었다. 두개골 속의 두부를 꺼내 햇빛에 말리며 지냈다.
7월 11일이 되어서야 포스팅을 업데이트하는 게으름이야말로 게으름뱅이답다.
2종 보통(오토) 운전면허를 땄다. 당장 운전하고 나갈 실력은 못된다. 필기-기능-도로주행을 한번에 통과한 것이 자랑이라면 자랑인데, 운이 좋았다. 며칠 전 남자친구와 에버랜드에 다녀왔다. 운전면허 덕분인지 범퍼카로 대활약했다.
많이 걷고, 햇볕을 많이 쬐었다. 오존층을 믿고 선크림은 생략했다. 많이 먹었고, 몸무게를 조금 늘렸다. 얼마만에 50kg을 넘어봤는지 모르겠다. 서울에 오자마자 다시 빠진 듯한... 더러운 예감... -_- 그리고... 굳이 언급할만한 특별한 일은 없었다.
이하 사진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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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섰다. 맨손에 명동을 지나 남산까지 갔다. 밀리오레에서 머리 집게 두 개와 머리끈을 한 개 구입했다. 머리 집게는 남자친구와의 기념일 선물로 받겠다고 미리 일러둔 품목이었지만, 기념일은 흐르고 흘러 옛 일이 되었고, 이걸 기다리느니 호랑이한테 쑥을 먹여서 인간이 되는 게 빠르겠다는 깨달음과 함께 그냥 샀다. 도향촌에서 고칼로리의 월병 몇 개를 챙기고, 캔커피 하나와 함께 꾸준히 걷는다.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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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Adobe Photoshop에서 그림 그리고 Corel Painter에서 리터칭하는 짓이라는 비유가 떠돌던 때가 있었다. Openoffice Writer로 작성한 문서를 Microsoft Word로 옮겨 스타일과 서식을 고치다가 문득 그것을 떠올렸지만, 서로 다른 관계다.
생각나서 적긴 했지만, 별로 중요한 얘기도 아니고...
1. 스물일곱 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파운데이션과 파우더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오뎅과 우동이 다른 것임을 깨달았을 때에 비견할만한 충격이었다.
지인의 결혼식이 이번 달 말이다. 결혼식마다 맨얼굴을 들이밀고 있는데, 정신차리고 주변을 보니 나이가 비슷한 여자들은 전부 다 화장을 하고 있더라. 나만 가난해 보인다. 또- 또- 이런 걸 깨달으면 조급해하고 그런다. 화장 준비물을 알아본 지 열흘쯤 지났다.
3만원 정도를 초기 투자비용으로 잡았다. 어림없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자주 할 것도 아니다. 더 큰 돈을 쓰는 건 사양하고 싶다.
중고로 구해볼까 하고 이글루스 패션밸리에서 절대 클릭하지 않던 화장품 포스팅을 몇 개 눌러봤다. 슈에무라 샤넬 바비브라운 디올 밀크 에센스 리프팅 콤팩트를 보고 당장 낭패감을 느껴 껐다.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다. 키보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알프스 체리 후타바 흑축 청축 갈축 백축 하는 단어들을 처음 봤을 때도 마찬가지겠지.
내 여자로서의 삶에 언제나 충실한 가이드가 되어주시는 이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그분은 냅다 "주소 불러라."고 대답했다. 대인배시긴... 저는 택배를 기다릴 뿐이고...
내친김에 렌즈도 사볼까 하고 남자친구에게 조잘대자 '의욕과잉'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 잘 하지도 못할 거;;;
2. 편의점 등에서 캔으로 파는 스타벅스 더블샷 에스프레소를 지금까지 두 번 먹어봤는데, ...희석해야 흡수가 될법하다. 뒷맛이 끈적하다. 조지아 오리지널로 돌아갈래!

신림역에서 내린 김에 관악산 다녀왔다. 사진이 너무 잘나와서 냉큼 포스팅. 잘 살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면만 빼면 특히 그렇습니다)
새해에 포스팅거리가 없길래 입어봤습니다. 표정은 조신한 걸 골라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화 백 개를 그려도 사진 한 장이 주는 웃음을 따를 수 없다니...

헤헹
은근 귀엽게 나오는 사진의 대가 전히린님이 찍어주셨다.
여전히 포스팅이 적지만 분발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