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그리겠지 뭐. …9월 되기 전에 그릴 예정이었는데 벌써 6월이다. 콘티에 곰팡이가 슬고 버섯이 돋는다.
작년에 짠 콘티. 이때는 한 쪽에 4~8 컷이 들어가도록 구성했다. 마사님 콘티를 계속 보다보니 영향을 받았는지, 요즘 끄적이는 콘티는 쪽당 3~6 컷이다. 그러나 콘티질은 관두고 해야 할 원고나 제때 마감하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래끼를 짼 오른쪽 눈이 낫지 않았다. 진물이 자꾸 나온다. (;ㅁ;) 일은 차마 못하고 묵혔던 콘티를 끄집어내어 하는 포스팅. 머나먼 미래에는 폭파될지도 모른다.
내 꿈은 직설적이다. 잠들지 않았을 때의 고민이 잠들었을 때도 이어진다. 처리하지 않은 청구서, 끝내지 못한 일, 미처 내놓지 못한 쓰레기, 완성하고 되짚어갈 때 드러나는 오류 따위다. 있을법하지 않은 일은 꿈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
허무맹랑한 꿈도 있었지만, 나이를 먹으며 줄어들었다. 정글과 섬, 거대한 서점, 화성을 탐험하고 나서 모래알이 물에 가라앉듯, 요 두 장을 펴면 꽉 차는 단칸방으로 되돌아오는 꿈이었다. 몇 년을 두고 반복되었던 이 꿈은 내 방이 생기자 사라졌다. 살인귀에게 쫓겨 목이 잘리거나, 심장이 뚫리거나, 등이 크게 베이는 꿈도 있었다. 이 역시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성실하게 현실과 개연적인 꿈을 꾸며 살고 있다. 지난 주말에 틈입한 꿈 하나를 빼면 그랬다.
꿈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얼마나 기분이 나빴는지 말하기도 어렵다. 눈을 뜬 채로 이건 꿈인데, 어차피 꿈인데…하고 되풀이해 생각했다. 어머니는 일하느라 피곤한 것 외엔 건강하고 즐겁다. 문제될 일이 없다. 답답함이 풀리지 않은 긴 날숨을 쉬고, 시계를 봤다. 저녁 여덟 시 반에 근접해 있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연락 올 곳도 없고, 연락하기도 좋은 일이 아니라 다시 덮었다. 머리를 털어도 잡념이 사라지지 않았다. 평생 해보지도 않던 꿈풀이를 검색하며 애써 마음을 달랬다.
다시 핸드폰을 확인한 것은 하루가 지난 후였다. 큰고모님의 부고를 알리는 문자가 와 있었다. 영면하신 것은 전날 저녁 여덟 시가 조금 지난 시각, 내가 그 꿈에 들어 있었을 때였다.
그리고 난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모르겠다.
「곰돌이 한마리」스킬은 원래 (돌)멩이로 친구를 때리며 곯리려고 쓰는 것인데, 어느 인터넷 구석에선가 변용되어 애교용 -_- 육행시가 되었다. 창의력 대장들은 한국에 다 있다. 나 좀 긔엽긔?

한산(閑山)셤 달 발근 밤의 수루(戍樓)에 혼자 안자
큰 칼 녑희 차고 기픈 시름 하난 젹의
어듸셔 일성호가(一聲胡茄)난 남의 애랄 긋나니
- 한산도가(閑山島歌), 청구영언
나름 염장 만화.
왕이 늙어서 왕위를 물려줄 때가 되자, 세 아들을 모으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양탄자를 가져온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
세 아들은 각자 의논하고 튼튼한 말 세 마리를 나눠 탔다. 그리고 나이 순서대로 출발하기로 했다.
현명한 첫째 왕자가 물러나와 제일 먼저 출발했다. 왕비가 첫째 왕자에게 황금 털실 한 뭉치, 황금 장화 한 켤레, 황금빛이 도는 갓 구워진 빵 세 덩어리를 주었다. 첫째 왕자는 말을 달려 북쪽으로 갔다.
북쪽에 시들지 않는 나무들의 숲이 있었다. 숲에 자라난 나무의 둥치는 은으로 되어 있고, 나뭇가지는 금으로 되어 있고, 잎은 보석이었다. 탐욕스럽게 숲으로 걸어들어간 사람들은 빛에 눈이 멀어 숲을 헤매다 죽었다.
숲의 입구에 이르렀을 때 첫째 왕자는 등을 구부린 할머니 한 명을 발견했다. 할머니는 뜨개바늘과 뜨다 만 편물을 들고 엉엉 울고 있었다. 첫째 왕자는 할머니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그렇게 우십니까?"
"손녀의 모자를 뜨고 있는데 털실이 모자랍니다."
첫째 왕자는 황금 털실을 할머니에게 주었다. 할머니는 기뻐하며 털실을 받았다.
"고마우신 분, 숲에 무사히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숲의 입구에 있는 가장 굵은 나무에 털실을 둘러 묶고, 팽팽하게 잡아당기며 곧게 걸으면 됩니다."
"하지만 나는 털실을 할머니에게 드렸습니다."
"안타깝군요."
할머니는 종적을 감추었다. 첫째 왕자는 숲으로 걸어들어갔으나, 그 현명함도 소용없이 길을 잃고 헤매다 지쳐서 죽었다.
첫째 왕자가 돌아오지 않자, 용감한 둘째 왕자가 출발했다. 왕비가 둘째 왕자에게 황금 털실 한 뭉치, 황금 장화 한 켤레, 황금빛이 도는 갓 구워진 빵 세 덩어리를 주었다. 둘째 왕자는 말을 달려 북쪽으로 갔다.
첫째 왕자가 죽은 숲 입구에서 둘째 왕자는 발을 감싼 거지 한 명을 발견했다. 거지는 누더기를 입고 맨발로 엉엉 울고 있었다. 둘째 왕자는 거지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그렇게 우십니까?"
"고향으로 돌아가 살려 하는데 신발이 없어 걷지 못하겠습니다."
둘째 왕자는 황금 장화를 거지에게 주었다. 거지는 기뻐하며 장화를 받았다.
"고마우신 분, 숲을 무사히 지나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숲의 입구에 있는 가장 굵은 나무에 털실을 둘러 묶고, 팽팽하게 잡아당기며 곧게 걸어서, 장화를 신고 보이지 않는 개울을 건너면 됩니다."
"하지만 나는 장화를 당신에게 주었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거지는 종적을 감추었다. 둘째 왕자는 숲으로 걸어들어가, 보이지 않는 개울 기슭에서 그 용감함도 소용없이 차가운 물에 발이 잘려 죽었다.
형들이 돌아오지 않자, 선량한 막내 왕자가 출발했다. 왕비가 막내 왕자에게 황금 털실 한 뭉치, 황금 장화 한 켤레, 황금빛이 도는 갓 구워진 빵 세 덩어리를 주었다. 막내 왕자는 말을 달려 북쪽으로 갔다.
형들이 죽은 숲 입구에서 막내 왕자는 깡마른 아이 한 명을 발견했다. 아이는 텅 빈 그릇을 끌어안고 엉엉 울고 있었다. 막내 왕자는 아이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그렇게 우니?"
"배가 고픈데 먹을 것이 없습니다."
막내 왕자는 빵 한 덩어리를 아이에게 주었다. 아이는 기뻐하며 빵을 받았다.
"고마우신 왕자님, 양탄자를 무사히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숲의 입구에 있는 가장 굵은 나무에 털실을 둘러 묶고, 팽팽하게 잡아당기며 곧게 걸어서, 장화를 신고 보이지 않는 개울을 건너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양탄자를 깔고 머리 셋 달린 개가 자고 있습니다. 개가 잠을 깨면 세 개의 입에 각각 빵 한 덩어리씩을 던져주고 양탄자를 가지고 나오면 됩니다."
"하지만 나는 빵 한 덩어리를 너에게 줬는걸."
"저런."
아이는 종적을 감추었다. 막내 왕자는 숲으로 걸어들어가, 보이지 않는 개울을 건너고, 머리 셋 달린 개에게 갔다. 개가 잠을 깨자 빵 두 덩어리를 각각 던졌다. 개의 두 개의 머리가 빵을 받아 삼켰고, 나머지 머리 하나가 막내 왕자를 잡아먹었다.
낙서라도 하고 산다기엔 양이 적구나.
녹두 슈거홀릭이 한 컷 포함되어 있으니 어반스케처스 태그도 추가. ;; 그림 정말 안그린다 으아. ㅜㅜ

제가 사람을 못 웃긴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ㅜㅜ 슬프다 겸허는 무슨 개나 줘버려
잠결에 그렸더니 치마가 바지로 바뀌었네… 귀찮아서 수정할 수 없다.
0. [영화] 계속해요 문나 형님, 라게 라호 문나바이
06년 작, 문나는 항상 개뻥치다가 고생을 사서 하는 주인공이다. 교훈은 정직하게 살자. 여러모로 허술한 점이 많은 영화인데 전작을 보고 났더니 적응이 된건지 문나가 라디오 진행할 때는 살짝 감동하기도… 안돼… 이런 것에 감동해서 무슨 수로 한국에서 살아….
주인공이 조직폭력배 우두머리라는 설정이므로 그게 저어되는 사람들은 알아서 피할 것이고, 나머지 모든 면에서 내 취향에는 미달. MBBS보다는 약간 나았다.
이 음악은 좋습니다. 빨 빨 빨 빨 하르 빨 하르 빨 ~
1. [연극] 리얼 러브
대학로 연극. 배우들이 대사를 소화하는 능력은 기대에 못미치는데 일단 대사가 워낙 많으니 용인한다치고, 볼만하다. 인간에서 인형, 다시 인간으로 전환되는 지점이 극적이다. 전체적으로 배어 있는 장난기가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붙들어준다. 전개-갈등부에서 15% 정도의 분량은 쳐내는 게 나았을 것 같지만… 그 장황한 부분만 잠깐 졸아주면 나머지는 괜찮다.
2. [전시]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
대체 왜 유명한지 누가 저에게 가르침을 좀…. 색감은 아주 좋다. 하지만 전시실에서 멍하니 쳐다볼만큼 값어치있는 작품은 못되는 것 같은데! 이렇게 까고 있지만 난 신디 셔먼 팬이지! 하하하!
도슨트라도 따라다니지 않았더라면 정말 재미없었을 것 같다. 바스키아와 친한 사이였다는 사실을 안 것이 새로운 수확이다. 얼마나 앤디 워홀에 관심이 없었으면…. -_-;;
3. [무용] 아웃 오브 콘텍스트 - 피나 바우쉬를 위하여
동영상으로는 그 박력이 다 죽네.
보고만 있어도 체지방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짜증나게 집요한 안무지만, 무용수들의 원시적 영감을 바탕으로 한 워크샵의 결과라는 점에서 찬양할 수밖에 없었다. (co-work 예찬론자) 알랭 플라텔 안무는 언제 다시 공연정보가 뜨더라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추라는 춤은 안추고 중간에 한두 소절씩 노래를 부르는데 대부분 음정이 엉터리여서 무슨 노래인지 못 알아들었다. ㅜ.ㅜ
9명 전원의 기량과 개성이 팔팔하게 살아 있어서 티켓 한 장 가격으로 공연 세 개쯤의 값어치를 했다. 신경질적인 황홀감이 뼈마디 샅샅이 전달된다. 육체의 사용이라는 관점 이상의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긴장을 놓칠 수 없는 무대였다.
막상 무용수 중 여럿이 고 피나 바우쉬의 공연을 한번도 안 봤다고 한다.

양약고구…까지 말하면 어릴 때 훼스탈을 핥던 기억이 떠오른다. 씹었을 때의 그 배신감이란….
왜 이어행이냐면 덕분에, 뜸했던 4컷을 그렸기 때문이다. 내가 기린으로 그릴만한 사람은 한 명 뿐인데, 그는 실제로 저런 말을 하지 않았다. 멋대로 마주앉혔다. 미안.
반성은 하였으나, 이제 꿈 얘기밖에 그릴 게 없더라.

백수라니까.

#0. 규칙 없는 생활에 싫증이 난다.
퇴사 이후의 생활에 진전이 없다. 공부도 많이 하고, 그림도 많이 그리면서, 삶에 쌓인 먼지를 조금이라도 털어보려 했는데. 건강은 좋아지고, 마음도 훨씬 편해졌지만 오른쪽 손목에서 어깨, 허리에 이르는 근육통이 생겼다. -_-
#1. 목요일마다 김대중도서관에서 김대중배우기강좌의 2, 3, 4강을 수강했다. 1강이 민주주의였는데 놓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각각 3학점짜리 강의인 것을 한시간 반만에 구겨넣다가 매번 망하고 있었다. 2주차와 3주차 강의가 재미있었다. 갈등관리학은 낯선 개념이어서 재미없을 수가 없었다. 4주차의 햇볕정책을 비롯해서 통일에 관한 이슈가 다뤄질 때는 데면스럽게 들었다. 내가 이렇게 관심이 없다면 다른 젊은 사람들도 그럴까?
한 시간에 수강료 만 원, 굉장히 싸다. 김대중배우기강좌라는 타이틀이 거리끼지만 않았다면 자의로 신청했어도 괜찮았겠다.
그렇다. 자의로 듣지 않았다….
#2. 공짜표로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 Distant World 에 다녀왔다. 파이널 판타지 팬이 아니어서 감격은 없었다. 그래도 처음 듣는 오케스트라다. 신기했다.
#3. 역시 공짜표로 대전블루스 0시 50분 공연에 다녀왔다. 창작 현대무용의 모든 단점이 거기 있었다. 거슬리는 음악, 특징 없는 안무, 초점을 잃은 무용수 배치, 무용수 개인 기량의 문제… 전부 너무하잖아. 대전블루스는 훌륭한 노래란 말이다!
#4. 손과 팔에 무수한 찰과상을 남겼던, 책상의 튀어나온 못을 마스킹 테이프로 덮었다. 깔끔해졌다. 프린터 사니까 종이에 스케치할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작화는 붕괴되었습니다.
그림이 허섭해서 내가 고민이 많다.
STAEDTLER Mars plastic holder, 그냥 홀더 타입 지우개 쓰려고 샀다. 지우개 자체가 존나 구리다. 연필선을 지우지 않고 뭉갠다. Pentel Clic Eraser 2가 백 배 나은 선택. 가격도 이쪽이 싸다. Tombow MONO zero나 다른 시리즈는 쓸 생각이 없다. 연필선을 정밀하게 수정해가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효용이 적다. (그래도 눈에 보이면 사겠지)
Pentel Graph1000 0.9가 방구석 어딘가의 블랙홀에 빨려들어갔다. 급히 Pentel 120 A3dx 0.9를 샀다. 이 여자는 펜텔이 짖으라고 하면 짖을 것 같다 멍. 종이에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줄어들어서 대단히 불만족스럽지만, 어쨌든 그림이 그려진다. 게다가 Graph1000일 때와 그림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은, 역시 도구를 탓할 근거도 없었다는 것이다.
…필기구 모델 거명해가며 글을 쓰려니 포스팅이 막 신난다. 본색 드러나기 전에 이만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