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없는 잡담
눈이 아프다. 오타가 없길 바라며 키보드를 두들긴다. 나와 타인의 사생활을 끌어다 글을 쓰는 것을 저어하고 있었다. 장님같기도 하고, 벙어리같기도 한 나날이었다.
허삼관매혈기를 다 봤다. 짜릿하고 좋은 글이었다. 요즘은 글을 읽고 읽었다 말하는 것이 무람하다. 책을 덮으면 한참 넓어졌던 세계도 그 한 권 안으로 닫혀 사라지고, 나는 변하지 않은 인간 한마리여서 그렇다. 그래도 허삼관매혈기만은 정말 좋은 소설이었다. 아마 어느 술자리에선가,
"허삼관매혈기, 피를 팔면서 사는 남자 이야기요. 이걸 꼭 보셔야 된다니까."
라고 얼굴이 벌개져서 떠들어댈 것 같다. 내게 허삼관매혈기를 추천한 그 남자도 그랬다. 그는 조선일보 면접을 보고 왔고…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이죽거릴 준비가 된 것 같았다.
더 한심한 일상을 원한다면, 여기 많이 있다.
청소를 안했다. 주전자를 태웠다. 침대가 부서졌다. 옆구리에 군살이 붙었다. 머리카락이 자랐다. 날파리가 떠돈다.
하라는 화장은 여전히 안한다. 딸기코를 고칠 수 있을까 하고 피부과에 갔을 때 의사는,
"화장품 쓰시는 거 있으세요?"
"없는데요."
"스킨이나 로션 안쓰세요?"
"안쓰는데요…."
라는 대답에 원시인 보듯 나를 살폈다. "선크림은 꼭 바르세요." 당부하고 약품을 처방해줬다.
"매일 세수한 다음에 코에 바르세요."
차마 "매일 세수하지는 않는데."라고 반문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세수 안하고 그냥 바르고 있다. 효과를 볼 수는 있을까.
외출할 때는 대부분 세수를 하고 있습니다. 염려하지 마세요.

"뒷담화하는 사람을 싫어하거든요." 라고 얼굴을 찌푸리며 말한 다음 덧붙였다. "아니, 이것은 크레타의 뒷담화쟁이."
농담은 그만, 원고해야겠지요. (아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