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무전 八舞傳
"몸에 고여 있던 음악이, 흘러서 나오는 것이 춤입니다."
- 진옥섭

일주일 내내 쌓인 피로와 졸음을 견디고 금요일 저녁 삼성역까지 갔다. 예매한 것도 잊을뻔했다. 한량무, 도살풀이춤, 굿거리춤,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부포춤, 덧배기춤.
시신경이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 같다.
진짜 최고, 덧붙일 말이 없다.
없다더니만 12월 21일에 덧붙임>
판이 시작하자마자 깨달았다. 춤꾼은 자기 옷, 옷을 이루는 천을 지배한다. (아마 옷감이 바뀌면 춤의 성격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옷깃, 자락, 소매, 갓, 거기에 붙든 수건, 부포, 꽹과리까지가 춤꾼의 가장자리를 그려낸다. 춤꾼은 그 선을 풀고, 구기고, 늘어뜨리며 동작을 조각한다. 그 조각이 다음 찰나에 으스러진다.
그래서 화려함에 있어서는 승무를 이길 수가 없다. 그 질펀한 소매에 벌레 날개같은 옷자락, 조금도 한눈파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고깔까지 있어서 차지한 공간이 가장 넓다.
덧배기춤은 담백하다. 꾸밈없는 사생과 같다.
도살풀이는 가늘고 긴 직선의 맛이 난다. 살풀이는 거기에 비하면 변화가 다양하되 얕게 뜨는 느낌이다.
태평무는 거대한 물건, 이를테면 가오가이거가 막 출동하려는 듯 비장하고 묵직하게 달려나간다. (싸워야 될 것 같다) 넓은 치마를 보면 가장 정적인 춤이어야 할 것 같은데 아니어서 놀랐다!
굿거리춤은 흥겹다. 아주머니 무대감각이 좋은 편이었고, 바쁜 발짓으로 둥근 덩어리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유쾌하게 만든다.
한량무는 덧배기춤과 살풀이의 중간 지점에 있는데, 막나가는 게 무작정 좋은 나의 성격상 확 와닿진 않았다.
부포춤은… 일단 부포가 뭐냐면

…이거다. 본격_관객들_고양이로_만들_기세.jpg 저게 엄청나게 움직여!
글발이 짧아서 감상이 이따위인데 공연 하나에 이렇게까지 만족스럽기 드물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 한 가닥까지 모두 춤으로 만든 것이 팔무전의 무대였고, 미안하지만 뮤즈를 보니 팔무전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느끼게 되어 덧붙여 적는다. 굉장히 멋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