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의 세계
눈 앞의 트레이싱지에 세계가 그려져 있다. 그림은 정교하고, 트레이싱지는 한 치의 구김도 없다. 투명한 종이가 일렁거린다. 메슥거렸다. 스스로 생각해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세계가 방 천장과, 꺼진 램프의 모습을 하고 내게 가라앉았다.
과음했다.
엄마는 고양이의 피부병을 치료하러 외출했다. 엄마는 큰 소리로 말했다. 그때 나는 머리로 베개를 밀면서, 블랙아웃과 잠의 틈새, 투레질하는 두통에서 달아나고 있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먼 곳의 으르렁거림같았다. 현관과 침실 사이에 넓은 폭포가 있어서, 다녀오겠노라는 말과 얼마인지 모를 시간을 깨뜨렸다. 파편을 휩쓸어갔다. 나는 물에 젖은 듯 엉망진창이 되어 몸을 일으켰다. 선배가 술자리에 나타날 줄 알았더라면 이렇게 많이 마시지 않았을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