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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 플러스 마이너스 알파

By joana, June 21, 2010 6:01 am

0. 32-24-33
줄자가 늘어났나 싶어 다시 쟀다. 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이 수치를 들고 자랑해봤자 어머니와 이모로 이어지는 외갓집 여인들 사이에서는 "통나무가 가늘어진 거지 뭐"라는 반응밖에 얻지 못한다) 줄자가 닿는 곳을 피해 군살이 쌓였고, 거울로 얼굴을 보면 기분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몸매를 숫자로 치환해놓고 자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깜박, 지하철 전신거울로 셀카를 찍었다. 괜한 것을 알았다. 6등신이잖아. 이런 숫자는 깨닫고 싶지 않았다.

1. 치열교정이 끝난 것은 작년 가을 무렵이다. 뻐드렁니를 밀어넣고 어금니를 뽑고 사랑니를 세웠다. 어머니는 그것을 무척 반겼다.
"우리 딸, 인물났네. 내가 고슴도치 어미라 이런 말을 하나?"
어머니는 가지런해진 앞니를 만족스럽게 쳐다보다가 뒤로 조금 물러나 나를 재듯이 살폈다.
"이제 눈만 조금 하고, 코도 조금 하고, …턱도 조금 깎고 화장을 하고 다니면 예쁠텐데."
"…충분히 객관적이신데요, 어머니."

2. 어머니는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나한테 안한다고 뭐랄 것이 아니다) 일 년에 한두 번쯤 어머니는 거울 앞에 앉았고, 한참 지나서 일어났다. 그런 후 어머니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어머니의 화장술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어떤 스타일이라고 찍어 말하기도 어렵지만…
마티스? -_-
내가 지금까지 화장술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는 것도 일부는 어머니의 탓이다. 시도는 했다. 이모가 챙겨준 화장품을 뿌듯이 안고, heerin이 주고 간 화장대 앞에 정좌하여, 구글링과 유튜브를 통해 익힌 것을 재삼 암송했다. 그렇게 난 분명히 시도는 했다. 떨리는 손을 억누르고, 어떻겐가 됐다 싶을 때까지 집중했다.
물론 칸딘스키도 그림 한 점을 완성할 때 집중을 하긴 했을 것이다.
칸딘스키 말이다.

방향 없는 잡담

By joana, June 18, 2010 11:36 pm

눈이 아프다. 오타가 없길 바라며 키보드를 두들긴다. 나와 타인의 사생활을 끌어다 글을 쓰는 것을 저어하고 있었다. 장님같기도 하고, 벙어리같기도 한 나날이었다.

허삼관매혈기를 다 봤다. 짜릿하고 좋은 글이었다. 요즘은 글을 읽고 읽었다 말하는 것이 무람하다. 책을 덮으면 한참 넓어졌던 세계도 그 한 권 안으로 닫혀 사라지고, 나는 변하지 않은 인간 한마리여서 그렇다. 그래도 허삼관매혈기만은 정말 좋은 소설이었다. 아마 어느 술자리에선가,
"허삼관매혈기, 피를 팔면서 사는 남자 이야기요. 이걸 꼭 보셔야 된다니까."
라고 얼굴이 벌개져서 떠들어댈 것 같다. 내게 허삼관매혈기를 추천한 그 남자도 그랬다. 그는 조선일보 면접을 보고 왔고…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이죽거릴 준비가 된 것 같았다.

더 한심한 일상을 원한다면, 여기 많이 있다.
청소를 안했다. 주전자를 태웠다. 침대가 부서졌다. 옆구리에 군살이 붙었다. 머리카락이 자랐다. 날파리가 떠돈다.

하라는 화장은 여전히 안한다. 딸기코를 고칠 수 있을까 하고 피부과에 갔을 때 의사는,
"화장품 쓰시는 거 있으세요?"
"없는데요."
"스킨이나 로션 안쓰세요?"
"안쓰는데요…."
라는 대답에 원시인 보듯 나를 살폈다. "선크림은 꼭 바르세요." 당부하고 약품을 처방해줬다.
"매일 세수한 다음에 코에 바르세요."
차마 "매일 세수하지는 않는데."라고 반문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세수 안하고 그냥 바르고 있다. 효과를 볼 수는 있을까.
외출할 때는 대부분 세수를 하고 있습니다. 염려하지 마세요.

ellen

"뒷담화하는 사람을 싫어하거든요." 라고 얼굴을 찌푸리며 말한 다음 덧붙였다. "아니, 이것은 크레타의 뒷담화쟁이."

농담은 그만, 원고해야겠지요. (아마도)

콘티

By joana, June 12, 2010 3:40 am

언젠가는 그리겠지 뭐. …9월 되기 전에 그릴 예정이었는데 벌써 6월이다. 콘티에 곰팡이가 슬고 버섯이 돋는다.

작년에 짠 콘티. 이때는 한 쪽에 4~8 컷이 들어가도록 구성했다. 마사님 콘티를 계속 보다보니 영향을 받았는지, 요즘 끄적이는 콘티는 쪽당 3~6 컷이다. 그러나 콘티질은 관두고 해야 할 원고나 제때 마감하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래끼를 짼 오른쪽 눈이 낫지 않았다. 진물이 자꾸 나온다. (;ㅁ;) 일은 차마 못하고 묵혔던 콘티를 끄집어내어 하는 포스팅. 머나먼 미래에는 폭파될지도 모른다.

잠들어 꾸는 꿈

By joana, June 8, 2010 5:04 am

내 꿈은 직설적이다. 잠들지 않았을 때의 고민이 잠들었을 때도 이어진다. 처리하지 않은 청구서, 끝내지 못한 일, 미처 내놓지 못한 쓰레기, 완성하고 되짚어갈 때 드러나는 오류 따위다. 있을법하지 않은 일은 꿈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

허무맹랑한 꿈도 있었지만, 나이를 먹으며 줄어들었다. 정글과 섬, 거대한 서점, 화성을 탐험하고 나서 모래알이 물에 가라앉듯, 요 두 장을 펴면 꽉 차는 단칸방으로 되돌아오는 꿈이었다. 몇 년을 두고 반복되었던 이 꿈은 내 방이 생기자 사라졌다. 살인귀에게 쫓겨 목이 잘리거나, 심장이 뚫리거나, 등이 크게 베이는 꿈도 있었다. 이 역시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성실하게 현실과 개연적인 꿈을 꾸며 살고 있다. 지난 주말에 틈입한 꿈 하나를 빼면 그랬다.

꿈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얼마나 기분이 나빴는지 말하기도 어렵다. 눈을 뜬 채로 이건 꿈인데, 어차피 꿈인데…하고 되풀이해 생각했다. 어머니는 일하느라 피곤한 것 외엔 건강하고 즐겁다. 문제될 일이 없다. 답답함이 풀리지 않은 긴 날숨을 쉬고, 시계를 봤다. 저녁 여덟 시 반에 근접해 있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연락 올 곳도 없고, 연락하기도 좋은 일이 아니라 다시 덮었다. 머리를 털어도 잡념이 사라지지 않았다. 평생 해보지도 않던 꿈풀이를 검색하며 애써 마음을 달랬다.

다시 핸드폰을 확인한 것은 하루가 지난 후였다. 큰고모님의 부고를 알리는 문자가 와 있었다. 영면하신 것은 전날 저녁 여덟 시가 조금 지난 시각, 내가 그 꿈에 들어 있었을 때였다.

그리고 난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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