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길에 고양이를 만나서
0. 길바닥에 배설물과 토사물 얼룩이 번갈아 누워 있었다. 음식점 뒷문의 조명을 타고 고함 소리, 욕지거리가 앞다투어 튀어나왔다. 그 소란과 신문지를 휘감은 노숙자들의 눈길을 피해 육교까지 가는 길은 들어설 때 각오한 것보다 항상 더 길었다. 가로등의 허리가 등 뒤로 멀리 서있는 백화점 전광판의 조명을 잘라냈다. 큰길에서는 범람하고 있는 네온사인 불빛도 여기 뒷길에서는 굶어죽은 귀신처럼 으스러졌다. 곧 노면의 구정물이 귀신의 사체를 삼켰다. 나는 그곳을 지나 집으로 돌아갔다.
바닥이 한껏 축축했다. 파르르 떨리는 정적이 귓가를 지분거렸다. 여느 저녁이었다.
주머니칼을 풀어 오른손에 감았다. 가죽줄에 매달린 쇳덩이의 흔들이 때문이었는지 고양이 한 마리가 뛰어와 엉겼다. 나는 당황했다. 그는 가르랑거리며 내 운동화끈을 물어뜯었다.
그는 골목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나는 쪼그려앉았다. 그는 고르륵 하고 목을 울렸다. 그래서 나는 왼손으로 그의 목을 긁어주었다. 고양이는 배를 드러내고 몸을 뒤틀었다. 지저분한 바닥에서 몸을 굴렸는데도 고양이의 등은 방금 빨아낸 세탁물처럼 깨끗했고 고상한 윤기를 흘렸다. 나는 그를 쓰다듬었다. 도망가지 않았다. 고양이는 내 복사뼈와 운동화에 옆구리를 비비고 애교스럽게 장난을 걸었다. "이 고양이 주인 있어요?"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언제나 자리를 지키며 소주병을 나누고 있던 홈리스들조차 문 뒤에, 그림자에, 박스 속에, 적어도 내 질문이 닿지 않는 곳에 나누어 숨은 것 같았다.
나는 순간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양이들은 외로움의 냄새를 맡으니까." 다시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동그란 회색 눈알과 마주쳤다. 해장국집의 환풍구가 싸구려 불빛을 퉤, 퉤 뱉었다. 고양이의 털가죽이 그 빛으로 반짝거렸다. "무슨 냄새가 나는데?" "글쎄 내가 좋아하는 냄새는 아니지만, 못본 척 지나가기도 어려워서." 그는 다시 목을 울렸고 나는 그의 목을 긁어주었다. "눈물 냄새?" "비교할 대상이 그런 것이니? 감상적이구나." 서투른 손놀림에 목을 맡긴 채로 그가 타일렀다. 머쓱하고 부끄러웠다.
"중요한 건 우리가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거야." "굉장하다."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그냥 그럴 수 있다 뿐이지, 딱히…." 그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눈을 내리깔고 거만하게 고르륵거림을 냈다. 나는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다시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이 고양이 주인 없나요?" 쓸모없는 일이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잠깐 내 운동화끈을 가지고 놀다가 다시 나를 쳐다보았다. "그래 너한테도 그 냄새가 나더군." 고양이가 나를 어르듯이 야옹 하고 짧게 울었다. "냄새가 어색하게 풍겨서 누가 묻혀놓고 간 것 같았어…." 그는 내 다리에 코를 부볐다. 축축하고 차갑고 기분좋았다. 나는 고양이의 목을 긁던 손을 멈췄다. 고양이는 주의깊게 내 다리에 자신의 뺨과 코와 목덜미를 문질렀다. 그리고 오른손에 감아 들고 있던 목걸이 끈을 앞발로 놀렸다. 나는 그가 내게 질문하는 것을 알았다. "외롭니?"
주머니칼의 2.25인치짜리 날은 잔뜩 세워져 있었다. 칼등을 끄집어내 밀었다. 슴베가 잠겼다. 고양이의 목울대가 피를 퍼부었다. 따뜻했다. 그는 격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피가 칼과 손을 타고 바닥에 꿀꺽 떨구어졌다. 나는 어리둥절해서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목뼈에 걸릴 줄 알고 기껏 힘주어 찔렀는데 관통해버렸기 때문에,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쓰레기더미 그늘로 물러섰다. 목의 검은 얼룩이 더욱 짙어진 느낌이었다. 회색 눈동자가 길게 오므라들고 나를 응시했다. "어린애구나." 그는 짖었다. "진절머리가 나. 어린애라는 것들." 그리고 그는 고양이답게 웃었다. 눈은 여전히 나를 향한 채였다. 나는 깨끗한 왼손으로 가방을 뒤져 물티슈를 꺼냈다. 다시 고양이가 있던 자리를 쳐다보니 깨진 소주병 조각이 삐죽하게 시야를 할퀴었다.
몸을 일으켰다. 천원짜리 김밥 봉지를 풀어놓고 소주를 기울이던 적갈색 피부의 사내가 비스듬히 누워 여기저기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물티슈를 두 장 더 꺼내 손바닥과 칼을 닦았다. 칼날에 남은 물기는 티셔츠를 접어 닦아냈다.
운동화에 피가 묻지 않았나 내려다봤다. 막 자리를 떠나려다 말고 길바닥에 고인 검은 피얼룩을 밟아 문질렀다. 바싹 말라붙어 있었다. 발끝에 힘을 주자 피딱지가 긁혀 떨어졌다. 나는 가방을 추키고 칼날을 접었다. 쓰레기봉투의 매듭 사이에 물티슈를 찔러넣고 허리를 폈다. 네온사인 찌꺼기가 어둠 속으로 툭툭 떨어져서 녹아 사라졌다. 돌담과 덩굴이 얽힌 철망 건너 오른편에서 전철이 왈각왈각 고함을 지르며 지나갔다. 나는 골목의 끝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집에 가려면 한참 더 걸어야 했다. 피곤했다.
1. 여자 소설가 지망생들의 글에서 고양이, 달(≒밤), 피(≒생리혈), 카페를 빼면 남는 게 없더라는 옛 농담이 생각난다. 카페를 제외한 모든 요소가 다 포함되어 있다. 도저히 눈뜨고 봐줄 수 없는 문장은 일부 고쳤다. 글 자체는 훨씬 젊었을 때의 것인데, 만연한 허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남자는 담배하고 자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