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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나머지 11/12를 눈 앞에 두고

By joana, February 4, 2010 1:18 pm

백수가 되었다.

머리에 콜드팩을, 배에 핫팩을 붙이고 글을 쓴다. 장염?이 한번 닥쳐서 위액을 뱉어냈다. 동네 터줏대감 내과의사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장염이 유행이란다. 이틀간 먹은 건 죽 한 그릇과 두유와 약 몇 알이 전부, 그림은 그려지지 않고,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룬 건 없이 나이만 먹는 일이 거듭되었다. 애를 낳아야겠다는 농담이 말하면서도 농담같지 않다. 그래도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내버려둔다. 그래도 될 것 같다.

되긴 뭐가 되냐면… 그냥 살아진다.

쌀국수를 먹었다. 원기를 회복했고, 처방받은 진통제는 두 번 투약할 분량을 아꼈다.

거듭 쓰자면, 백수가 되었다. 당분간 집에서 뒤굴거리며 (놀랍게도) 만화를 그릴 예정이다. 집이란 곳이, 뒤굴거리기에는 최적인데 작업을 할 분위기는 아니다. 쿠션이 짜부라진 의자 뒤에 침대가 블랙홀처럼 묵묵히 있고, 책상이 지독히 난장판이다. 이걸 키보드로 두드리고 있을 시간에 청소를 하면 되겠지만 포스팅의 두 번째 단락에서 이미 결론지었듯이 이래도 될 것 같… 치울께….

첫째로 필요한 것은, 타블렛 받침대다. PTK-1240의 크기는 623*462*28mm, 무게는 3.5kg이다. 작업할 때마다 허벅지에 놓고 쓴다. 하지만 이 오빠는 너무 듬직하다. 내 다리는 짧아서 감당하기 어렵다. 각도 조절, 높이 조절이 되고 흔들림이 없는 평판 한 장이 이렇게 귀하단 말인가!… 이젤은 웃긴 아이디어고, 노트북 거치대는 일견 괜찮았지만 sz님이 시크하게 비웃어주셨다. 남은 선택지는 둘이다. 작은 책상과 휴대용 제도판을 사거나, 제도대와 제도판 세트를 사고 거기에 타블렛을 얹어 쓰는 것이다. 웹상에서 주워모은 스펙과 리뷰로 보면 미카도 PEB1824B가 용도에 알맞은 것 같다.

둘째로 필요한 것은 프린터. 스케치나 콘티, 원고지 인쇄용으로 주로 쓸 것이다. 엡손 스타일러스 T10으로 마음의 결정을 거의 한 상태.

지하철에 SIDIZ가 광고 때리던데 의자도 바꾸고 싶다. 스캐너도 개비하고 싶고, 아무 쓸모없는 여자 가방도 하나 갖고 싶고… 생일이었기 때문에 핫하 나에게 주는 선물 뭐 이런 개소리를 머리속에서 5.1채널로 구간반복하다가 구두를 한 켤레 샀다. 어차피 신지도 않으리란 걸 아는 얼터에고와 닥치고 결제하는 에고가 있고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앞인 척 뒤인 척 하지만 둘이 합쳐 십원짜리지.

원래 셀카라도 첨부해서 포스팅의 영양가를 높이려 했으나 못생겨서 포기했다. 쎄라비!

찹과 쌀과 떡

By joana, January 20, 2010 12:29 pm

chapssal_n_dduk

나는 구박의 달인이다. Goo가 가엾다.

체력저하가 최고조에 달했다. 1월에 퇴사한다. 이제 평일에도, 주말에도, 무기한으로 그리고 온전히 백수가 된다. 빗길에 뿌려진 전단지마냥 몸이 낡은 느낌이어서, 먼저 이것을 주워올리려 잠을 잔다. 길고 깊게 잠을 자려 한다.

계절이 물러날 채비를 한다. 나는 구석으로 몸을 피해 옹송그린다. 봄 볕이 들면 조금은 나들이를 할지도 모르겠다.

over the flow

By joana, January 17, 2010 1:10 am

2010년의 좌우명은 진퇴양난입니다. 제발 좀 살자….

flowchart

원본을 날려먹었다. 망했다.
원고를 앞에 두자 만병이 도래했다. 마침 포스팅한지도 오래 지나, 이 독충같은 게으름을 떨구자는 의미에서 한 건 발행한다.

그러고보니 romantic 태그가 뚱뚱하다. -_-;

goo_1001xx

성원은 없지만 슬슬 공개해봅니다. 일부러 스마트한 모습을 골랐습니다. 눈빛이 피캇.

인도 영화만 보는 것은 아닌 잡다한 감상

By joana, January 5, 2010 8:02 pm

0. 삶, 진다 ज़ंदा
올드보이 짭 영화. 어떤 영화의 리메이크를 굳이 보는 편은 아니다만 존 에이브러햄이 유지태 대신 나오셔서… orz
그 외엔 올드보이와 비교해서 보는 재미조차 없다. 올드보이와 다르게 처리한 복선, 결말 때문에 웃었다.

1. 찬드니 초크 투 차이나 चाँदनी चौक टू चाईना
누가 인도 영화를 물어보면 도스타나와 이 영화를 추천하겠다. 코미디 편애라서 그러니 이해하시길. 중국을 배경으로 한 인도식 코믹 액션으로서, 당연히 액션은 우습고-_- 물론 개연성도 기대하면 안되는데, 의외로 나머지 모든 부분이 괜찮다. 중국을 배경으로 한 군무도 잘 어울린다. 디피카 파두콘이 1인 2역이고, 가끔 '뭐야 저게 사람이야?'하고 깜짝 놀랄 정도로 예쁘다. -_- 여신 강림할 기세…. 치파오 차림도 있습니다.
트레일러!

2. 스캐너 다클리
감독이 로토스코핑으로 한 시간 반짜리 영화를 만들겠다면 싸대기부터 백 발 갈기고 보는 게 예의지 싶다.
영화는 좋았다. 지루한 구석 없이 미친 놈들이 계속 나온다. 물론 가장 미친 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하 RDJ).

3. 퍼 Fur: An Imaginary Portrait of Diane Arbus
내가 생각하는 다이앤 아버스는 이렇지 않다.
변태적인 분위기는 세크리터리보다 세련되게, 그리고 더 지루하게 그려냈기 때문에 거기에 포인트를 두고 감상하면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타이드랜드를 보고 난 후라서 어지간하면 성에 안 차. 니콜 키드먼과 RDJ의 베드신이 있겠거니 하여, 그것만 기대하고 봤다.
츄바카 거기서 뭐해?
RDJ_fur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RDJ가 언제 나올까 눈 부릅뜨고 보던 나 자신에 대한 연민이… 그저 자음밖에… ㅋㅋㅋㅋ
ㅋㅋㅋ
ㅋㅋ…
세상엔 여러분처럼 그렇게 작품성이나 평가하면서 어?, 잘생긴 남우에는 신경도 안쓰는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야!

4. 타이드랜드 Tideland
그냥 테리 길리엄 영화다. 맥주 한 병 마시면서 보면 딱 좋다. 맨정신엔 힘들다.
조델 퍼랜드Jodelle Ferland의 이력이 웃긴다. 사일런트 힐과 타이드랜드에서 주연을 맡아 '기분나쁜 미소녀'역할로 완전히 자리매김했고, 전체 필모그래피의 70%가 스릴러/공포로 채워져 있다. 94년생 처자에게 이건 너무하지 않나? 동갑인 다코타 패닝과 비교하면 안쓰럽다.
연기는 정말 좋다.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작두를 탔으리라.

5. 파레포리
만화입니다.
처녀의 창자가 웃겼다면 파레포리를 보면서도 다섯 페이지에 한 번씩은 웃을 수 있다. 근현대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기 때문에 만화 패러디에는 접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섯 페이지에 한 번씩은 전혀 웃기지 않았다.

meiji LUCKY STICK

By joana, December 23, 2009 7:11 pm

_luckystick_by_meiji

애용하는 Pilot HI-TECH-C 대신 타블렛으로 그렸다. 결과는 마음에 안든다. 다시 그릴 수도 없어서 발행했다. 브러시에 지터를 주면 나아질까, 이러면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생각마저 너무 얕다보니.
오프라인의 (있지도 않은) 손맛을 떨치고 디지털 작업에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게 정답이다. 이것도, 저것도, 비루한 체력에 하고싶은 일이 너무 많소.

오페라발레 뮤즈

By joana, December 22, 2009 1:15 am

"발레보다는 우리에게 친숙한 오페라 음악을 가지고 한번…."
- 김선희
…이게 무슨 소리세요.

포스터 디자인 제발….

무료공연, 예약을 구글독스에서 받는 뜬금없음, 석관동이라는 장소 선정, 영하를 달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이 왔다. 그리고 거기서 코트하고 가방 합쳐 오만원이 안되는 건 나뿐인 것 같았다. 발레 공연은 이래서 싫어. -_-
난 눈이 나쁜 탓에 무대에서 가까운 (비싼) 좌석을 산다. 이건 무료공연이라 좌석을 고를 수 없었다. 무대를 통괄해 본 것은 처음이다. 학생들인 건 알고 갔지만 군무 동작이 너무 안 맞아서 놀랐다. 원래 이런가?

왈츠 안무 귀엽다. 옷도 귀엽고, 소녀가 일곱 명이야. 난 어리고 예뻐, 하고 거침없다. 젊은 무용수를 보러 가서 기대할만한 게 또 그런 것이겠거니.
캉캉에 맞춰서 일곱 명의 발레리노들이 근육질 병아리-_-를 연기했다. 쟤네 튜튜 입었어…. 웃겨서 점수 더 주고 싶다.
파드되도 좋았다. 각각 혼자 출 때는 시큰둥하게 봤는데 듀엣으로 하니 덜 불안하고 멋있다. 서로 틀리면 무마해주니까 라는 저의 생각은 편견인가요.

난이도 높은 동작이 많았다. 완성도는 글쎄 잘 모르겠다. ; 캐롤 오브 더 벨스는 빼도 됐을텐데. 중간에 교수가 올라와서 푼 발레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초딩 발레리노나 하이라이트 다시보기-_- 구성도 괜찮았다. 뭐 기타 등등. 박수!
음 하지만 또 이런 기획 하시려거든 수트 입은 발레리노를 무대에 올려 주세요.

urban sketch #3

By joana, December 14, 2009 11:58 pm

뒤의 두 장은 군산 은파유원지의 까페 산타로사, 밀크티 양이 무척 적었다.
친구의 결혼식이 끝나고 나니 옷 욕심이 사라졌다. 물욕이 스캐너와 프린터로 압축되었다. (잠재의식 속에 있는 필코 마제 핑크를 무시하고 본다면 그렇다) 12월에 돈을 많이 썼다. 다가올 다른 달도 밝지 않다. 언제 네가 야식삼아 육포를 씹었냐며 돈줄이 후두둑 끊길 것이다. 가난해지기 전에 몸무게를 불려놔야겠는데 피부만 늘어지고 진전이 없다.
바빠야 할 시기겠으나….

몸과 마음 모두, 어딘가에 휩쓸려간 것 같다.
어떻게든 뭔가 바뀌어야겠다. 바뀌기 전에 좀, 오래 쉬고 싶긴 하다만.

음력은 달을 기준으로 하는 역,

By joana, December 9, 2009 10:16 pm

즉, 조상님들의 유구한 폐인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라고 합니다.

091209_d

GMT -08:00 과 GMT +09:00 의 대화….
저 맹세가 무턱대고 멋있어보이는 여자분은 연락바랍니다. 위너들 대기중. 수학문제도 잘 풀어요. 후면주차는 모르겠네요.

팔무전 八舞傳

By joana, December 5, 2009 9:14 pm

"몸에 고여 있던 음악이, 흘러서 나오는 것이 춤입니다."
- 진옥섭

일주일 내내 쌓인 피로와 졸음을 견디고 금요일 저녁 삼성역까지 갔다. 예매한 것도 잊을뻔했다. 한량무, 도살풀이춤, 굿거리춤,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부포춤, 덧배기춤.

시신경이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 같다.

진짜 최고, 덧붙일 말이 없다.

없다더니만 12월 21일에 덧붙임>

판이 시작하자마자 깨달았다. 춤꾼은 자기 옷, 옷을 이루는 천을 지배한다. (아마 옷감이 바뀌면 춤의 성격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옷깃, 자락, 소매, 갓, 거기에 붙든 수건, 부포, 꽹과리까지가 춤꾼의 가장자리를 그려낸다. 춤꾼은 그 선을 풀고, 구기고, 늘어뜨리며 동작을 조각한다. 그 조각이 다음 찰나에 으스러진다.

그래서 화려함에 있어서는 승무를 이길 수가 없다. 그 질펀한 소매에 벌레 날개같은 옷자락, 조금도 한눈파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고깔까지 있어서 차지한 공간이 가장 넓다.
덧배기춤은 담백하다. 꾸밈없는 사생과 같다.
도살풀이는 가늘고 긴 직선의 맛이 난다. 살풀이는 거기에 비하면 변화가 다양하되 얕게 뜨는 느낌이다.
태평무는 거대한 물건, 이를테면 가오가이거가 막 출동하려는 듯 비장하고 묵직하게 달려나간다. (싸워야 될 것 같다) 넓은 치마를 보면 가장 정적인 춤이어야 할 것 같은데 아니어서 놀랐다!
굿거리춤은 흥겹다. 아주머니 무대감각이 좋은 편이었고, 바쁜 발짓으로 둥근 덩어리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유쾌하게 만든다.
한량무는 덧배기춤과 살풀이의 중간 지점에 있는데, 막나가는 게 무작정 좋은 나의 성격상 확 와닿진 않았다.
부포춤은… 일단 부포가 뭐냐면

…이거다. 본격_관객들_고양이로_만들_기세.jpg 저게 엄청나게 움직여!

글발이 짧아서 감상이 이따위인데 공연 하나에 이렇게까지 만족스럽기 드물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 한 가닥까지 모두 춤으로 만든 것이 팔무전의 무대였고, 미안하지만 뮤즈를 보니 팔무전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느끼게 되어 덧붙여 적는다. 굉장히 멋있었다.

페인트 버킷 헬프드 미

By joana, November 30, 2009 9:19 pm

꾸준히 포스팅하기 운동의 일환으로, 없는 밑천을 닥닥 긁었다.

12월을 정의하자면 회한이 아닐까 싶다. 불만족스러운 낮과, 자기혐오에 시달리는 밤을 다시 365세트로 반복했다는 깨달음….

아, 365세트까지는 아니었다. (어제 남자친구가 치즈케익을 사줬다)
요즘 쓰는 글마다 우울해 보이겠지만 사실 우울하다. -_- 할 일을 잘 하거나, 못할 일을 그만두거나, 안한 일을 시작하면 아마 나아지겠지. 당장 집에 가는 길에 닭꼬치와 오뎅을 하나씩 먹어도 크게 나아질 것 같다.

뭐, 열심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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