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기 전에 선크림을 바르겠습니다.
선크림을 바르고 돌아와서 클렌징을 하겠습니다. 세안 두 번 하겠습니다.
매일 아이크림을 바르겠습니다.
매일 나이트크림을 바르겠습니다. 목에도 바르겠습니다.
입술 그만 뜯어먹고 립밤을 바르겠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마스크팩을 하겠습니다.
써놓기만 했는데 벌써부터 힘들어…. 안면홍조증 개선 크림과 속눈썹 영양제에 새로 관심이 생겼다. 안면홍조야 내 평생의 화두니 그렇다쳐도, 한 시간 동안 안구에 붙은 속눈썹을 세 가닥씩 뗐더니 분노가 솟구쳐서 안되겠다. 쌍꺼풀 수술이라는 보편적(?) 해결책은 별무소용인 모양이고, 속눈썹 영양제는 살 기회를 알아보는 중이다.
물론 얼굴 텍스처 개선해봤자 특별히 나아질 건 없다. 그보다 당장 위협적인 허리와 엉덩이 통증을 달래야겠는데… 어렵다.
쉬즈라인 숱가위는 쓰레기 같다. 집어던지고 다른 숱가위를 샀다. 사는 김에 미용가위와 나무 빗도 샀다. 가위의 상표명은 이키루, 한 번 앞머리를 다듬었다. 만족스럽다. 어차피 만원 이하의 미용가위는 소모품이다. 얼마나 버티느냐가 문제다.
정전기 없이 머리를 빗어보려고 빗을 샀는데 별로 빗지 않는다.
앞머리 잘 다듬어졌는데 남자친구를 못 만나서 쓸쓸하다. -_ㅜ
요즘 포스팅, 트윗, 낙서, 대화 등 모든 형태로 배설이 많다. 우울해서 그렇다. 오라지게 그렇다. 자기혐오가 눈처럼 쌓이고 있다. 아직 가벼운 편이다. 어깨 한번 털면 흩어질 만큼, 그러나 -
요금제를 바꿨다. 남자친구와 전화가 늘었다. 50분이나 떠든 날도 있다. 용건조차 없었다. 전화를 끊기 싫은 기분을 이해했다. 하지만 끊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라서 급히 피로해졌다. 같은 갈등을 몇 번 더 겪으면 끊는 시점도 찾을 수 있겠지.
헤어드라이어가 없다. 머리를 제때 말리지 못한다. 기분이 나쁘다. 따뜻한 물도 부족하다. 서울에서 누리던 것이 퍽 호사스러운 생활이었다. 지출이 줄겠다는 짐작은 헛것이었다. 이곳의 물가가 서울보다 비싸다. 유통기한 임박 세일도, 묶음 판매도, 판촉용 덤도 없다. 거의 유일하게 누릴 수 있는 호사는 거실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다. 싹들이 돋은 보리밭이 있고, 집이 점점이 박혀 있고, 얕은 언덕이 몇 겹 하늘을 지고 있다. 하늘의 빛깔이 바뀐다. 전기주전자가 보그르르 끓을 동안 하늘을 본다. 가장자리가 살구색으로 물들었다. 잔을 채워 자리로 돌아간다. 다음 커피를 보충하러 나와 보면 언덕배기 나무 그림자가 하늘로 번져 감람색이다. 어느 아침에는 팥고물 끌어안은 찹쌀떡처럼, 은근한 안개가 모두 덮어 허옇다. 길, 밭, 집, 산 모두 간데없이 허옇다. 그래도 보이지 않아서 없는 것은 아니다. 안개라도 들여다보고 돌아간다. 커피 한 잔 물이 끓는 동안이다. 인스턴트 커피의 색은 매양 같기 때문에 이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커피 얘기가 나와선데 나는 이제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에 아주 질려버렸다. 내가 서울에서 얼마짜리 커피를 목구멍에 들이부으며 싸돌아다녔는지 아시면 부모님은 깜짝 놀라겠지 호호호.
참는 성격이 아니다. 커피…! 하고 부르짖었더니 어머니가 바쁜 와중에 검은콩으로 두유를 갈아놓았다. 이것이나 그것이나 태생이 콩인 건 마찬가지다. 인스턴트 스틱형 커피보다야 훨씬 낫다. 숭늉도 녹차보다 낫다. 있는 건 먹어 없애야 하는 자취생 버릇이 남아 자꾸 녹차 티백을 뜯는다. 반드시 후회한다. 이러지 말아야겠다.
또 다짐할 게 뭐가 있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