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하얏트 호텔 아카사카, 데판야끼 란 코스. 평소라면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가격이었지만, 하얏트 델리에서 (마음의) 예방접종을 마쳤기 때문에 멀쩡히 맛있게 먹었다.

게으른 농부 김포 쌀 15kg 득템! …이걸 다 먹을 수는 없고…, 슬슬 나눌 생각이다. 쌀로 시작해서 먹은 얘기를 하자면,
집에서 오래된 김치를 씻어서 물에 담가 신맛을 빼고, 홍합살과 함께 된장과 맛선생 해물 가루를 풀어 넣어 푹 쪘다. 폐기물 맛이 났다. 그럴 수밖에, 실제로 폐기물이니까. 보통 먹이를 자급하게 되면 요리가 느는데, 나는 왠지 생존이 는다. ㅜㅜ
남은 홍합살과 남은 대잎술을 한번에 처분하기 위해 마늘, 파, 로즈마리, 버터를 넣고 팔팔 끓였다. 알콜이 덜 날아갔다. 밥을 다 먹을 때쯤 되니 젓가락질을 휘청휘청 하고 있었다. -_-; 또 시도할 기회가 있으면 소금+후추 간을 적당히, 토마토나 셀러리(미나리)를. 그 외엔 푸룬을 우유에 담갔다 먹고, 버터 대신 포도씨유로 쿠키를 굽거나 했다.

Party Rock Anthem을 듣고 있자니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셔플 댄스를 연습해봤다. 기본 스텝 따라 밟기도 어렵다. 듣는 음악을 바꾸는 편이 쉬울 것 같다.

I still got tasks those had to be done. Some were already failed to meet the right deadline.

살아내다 보면 이루어지는 것이 있을까?

손질하기 귀찮고 먹는 보람 없기로 석류가 제일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석류 알을 훑어내는데, 아무리 조심해도 여기저기 붉은 석류즙 얼룩이 생긴다. 깨물어 즙을 빨아야 하므로 턱관절도 무리하게 된다.

해야 할 일들이 얽혀 있는데, 풀어낼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우선순위를 부여할 수 있을 만큼, 역력히 좋은 무엇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이다. 씀씀이가 통장 잔액에 맞춰지는 편이라 일상생활은 괜찮았다. 어쩔 수 없이 큰 지출이 생겨야 할 때 골치가 아프다. 서른이어서, 앞으로도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영 자산이 부족하고 불안하다.
살아내다 보면 이루어지는 것이 있을까?

마음에 짐이 많은 탓이기도 하다. 실제 짐도 많다. 2월이 되면 책과 옷을 처분해야겠다. 버리기 어려웠다. 싫은 무엇도 특정하지 못하는 탓이었다.

아, 이 포스팅조차 다시 마음에 얹힌다. 먹고사는 것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은 무엇에 대한 고민을 할까? 그런 상상을 하니 우습다. 내가 먹고사는 것을 진실로 고민한다고 말하면 아프리카의 십억 명이 내 귀싸대기를 갈길 텐데 그런 상상 역시 우습다.
쓸모없는 고민이야말로, 개인에게 귀속되기 알맞다. 그러니 괜찮다. 내 얕은 깜냥에는 요만큼이 적절하다.

반지가 빙빙 도는 것을 보니 살이 빠진 모양이다. 찌고 빠지기가 반복될 때마다 옆구리와 배에만 군살이 퇴적되는 듯하여 마음이 쓰인다. 왠지 요즘 포스팅이 같은 이야기를 수식어만 달리해 반복되는 기분인데 기분만이 아니다. ㅋㅋㅋ

 
  1. 불꽃놀이.
  2. 여의도 어딘가의 벤치, 낙엽. 벤치에 앉아 있으면 옆에 후두두 날아내리는 것이 예쁘다.
  3. 이태원, 접니다. ^^!
  4. 코엑스 워커힐 비자비 뷔페. 조금씩 퍼서 자주 오락가락하는 편이다. 음식은 물론 맛있다.
  5. 평화롭다. 셔터를 눌렀을 때의 기분 그대로 사진이 되어 나온 것 같아 좋다.
  6. 오리가 낚시를 방해하고 있다.

묶어 포스팅하는 경우를 위해, 덜 심심한 제목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포스팅은 이미 늦었지만.

 

녹사평역 2번 출구에서 죽 걸으면 지하도가 있다. 계단을 내려가, 본 것은 많은 피였다. 천장에 호를 그리며 튀고, 벽에 문질려 흐르고, 계단과 바닥의 빗물 홈에 고여 있었다. 500㎖ 우유 팩을 쏟아부으면 얼추 비슷할 것 같다. 충격적으로 많은 양이다. 계단의 깨끗한 부분을 주의하여 골라 디뎠다.

지하도 가운데, 피투성이 계단의 맞은편 벽에 꼭 붙어 웅크린 노숙자의 눈이 나를 따랐다. 최대한 걷는 속도를 유지하며 아르헨티나 대사관 쪽 계단을 올라갔다. 여기에도 피가 군데군데, 작은 우유 팩 하나 터진 정도 묻어 있었다. 액체는 굳지 않았다. 여전히 붉었다. 얕은 자국은 거무튀튀하게 변색하기 시작했다. 얕지 않게 발린 피는 방울로 맺히고 있었다. 낙수가 보일 듯해, 고개를 돌리지 않으려 애썼다.

칼, 둔기, 아니면 다른 것? 사람, 동물? 내가 본 만큼의 출혈이 전부라면 성인의 치사량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피해를 본 게 인간이면, 겨울옷이 흡수한 출혈은 더 많았을 것이고…. 생각을 멈추기 어려웠다. 일단, 빨리, 밖으로. 지하도에서 나와 바로 보이는 카페는 손님이 가득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가까웠다.

노숙자가 본 것과 내가 본 것, 카페의 손님들이 본 것 모두 무엇이건, 평온한 경리단길이었다. 그러나 피가 응고되지 못한 짧은 시간 전에 불온하였다. 그 무엇이 불온하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 채 신발 밑창을 확인하고 떠났다.

 

0. 베이킹파우더를 샀다. 사는 김에 이스트도 샀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굴러다니던 건포도 한 봉지를 대충 섞은 반죽에 털어 넣고 구웠다. 이번에는 바삭하게 됐다. 우유와 같이 먹었다. 과자 사러 마트까지 외출하는 것보다 편해서, 무섭다….
오븐 토스터가 전기 먹는 괴물이라는 리뷰를 읽어서 이번 달 전기세도 무섭다 -_-

1. 66은 어깨가 맞고 품이 크다. 44는 품이 맞고 길이가 짧고 어깨가 좁다. 10년간 입었던 66치수 코트의 수선을 맡겼다. 품을 줄이는 데 만 삼천 원이다. 인생 처음으로 몸에 맞는 코트 가져보나? ㅜ.ㅜ 헐렁하게 입는 것도 삼십 년이면 인제 그만 하고 싶어.
수선된 코트 인수했다. 딱 맞는 건 아니지만 전보다 나아졌다. 따뜻하게 여러 겹 입으려면 이정도 여유는 있는 게 맞겠지.

2. 포토샵에서 파이썬 쓰기 첫 성공! 직접 짠 부분은 전혀 없다. 구글은 나의 친구. Action으로도 많은 게 되지만 조건문 못 넣는 건 그렇다 치고, error를 무시하고 파일을 닫는 방법이 없다는 건 파일이 천 개쯤 되면 치명적이죠.
This functionality may not be available in this version of Photoshop. 하는 메시지가 뜨면 실제로 그 기능이 그 상황에서 disable 되어 있는지 먼저 확인하면 좋다. 해외 포럼에 낚여서 설정 리셋함 ㅜㅜ 내 경우 visible이 false인 레이어에 포커스가 가 있는 상태에서는 merge가 안 됐음. (이 문장 어쩔 수 없어요)
참고 : http://techarttiki.blogspot.com/2008/08/photoshop-scripting-with-python.html

3. 지난 그림들이 한심해 보이는 시기가 또 찾아왔다. 다른 작화가도 이것 다 겪나? 그림을 그리는 게 괴롭다. 한심함의 시기가 현재를 따라잡으면 그리면서 실시간으로 한심해하게 되는데 지난주가 딱 그랬다.
극복하기 위한 노력 2년째다. 꾸준히 실패해 왔으니 앞으로도 계속 실패할 것 같다.

4. 최근 주문한/산 것은 스피커 Creative T12, 삼양 바지락 칼국수, 추성고을 대잎술. 잡다하다. 목우촌 뚝심도 주문했다. 찬장의 구운 김, 캐슈넛, 호두, 푸룬, 블랙올리브 캔, 참치 캔을 헤치고 빈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삶의 의욕이 돌아오는 대로-_- 먹어야지. 가까운 시일 안에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
스트레칭을 더 자주 하려고 애쓰고 있다. 살이 좀 쪘다. ^^v

 

먹은 것에 대해서는 최대한 남기려고 한다. 최근 기억나는 것은, 동대문 근처의 사마리칸트에서 먹었던 양배추 고기 스프. 의외로 내 취향이었다. 고기가 든 빵은 예상한 그대로의 맛이었다. Cafe aA, 천장이 높아서 좋았다. 사람이 많은 것은 안 좋았다.

남겨서 무엇하겠느냐는 생각도 들지만.

흰 눈이 쌓였다. 발로 밟으면 소리가 난다. 뽀드득 뽀득 하며 눈이 패인다. 순진한 파열음이다. 날씨가 따뜻해졌다. 영하 십 도 쯤에서는 눈 결정이 더 앙칼진 소리로 부서진다. 뽀드득 소리가 나고 심지어 쌓인 눈이 녹고, 두껍게 챙겨 입은 나는 바보처럼 더웠다. 발자국을 만든다. 발자국이 녹아서 지워지는 것을 본다.

봐서 무엇하겠느냐는 생각도 들지만.

우울감은 영하의 기온에서 숙성된다. 발작하기 전에 봄이 왔으면 좋겠다.

어디 가서 뭘 했는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았다. 대신 스타벅스에서 낙서를 했다.

2011을 지우고 2012로 고쳐 썼다.

 

냉장실의 부침개와 구워둔 조기, 밑반찬 몇 종, 귤 두 개, 감자, 고구마가 상했다. 바나나가 검게 물들었다. 바나나는 아직 쓸모가 있지 않을까 싶어 괜한 짓을 했다. 달걀, 녹다 만 버터, 포도씨유와 황설탕을 섞다가 밀가루와 으깬 바나나, 호두 부스러기, 시리얼 부스러기를 넣고 최소한으로 이겨 오븐 토스터에 20분 구웠다. 바나나가 밀가루보다 많았다. 씹으니 목구멍을 넘어가긴 하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커피에는 어울렸다.

긴축재정이라고 말만 한다. 줄일 지출은 있다. 그래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내키는 대로 카드를 긁는다. 박박, 긁어서 가려운 곳이 없게, 그러다 피가 배어날 때까지. 긁다 보면, 연재가 끝날 날이 가깝다. 원고료가 끊기면 뭘 하지? 있는 돈 까먹으면서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지난 2년간의 저금이 목표액에 못 미친 것을 생각하면 조급해진다. 서른 이후의 삶을 상상한 적이 없었다. 의료보험료도 밀리지 않고, 전기, 가스, 전화요금도 어찌저찌 낼 수 있고, 라면을 쪼개어 먹을 필요도 없고, 부러 칼로리 높은 음식을 찾을 필요도, 설탕을 물에 풀어 마실 필요도 없는데, 여전히 발밑 멀리에서 땅은 갈라질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내일이 오늘이 되는 것은 공포다. (오늘이 어제가 되는 것은 위안이다)

또 한 번의 묵시적 계약 갱신. 서른이라는 초라한 재난을 맞이한다. 하필 겨울이다. 추워서 웅크린 참에, 덧붙여진 나이까지 받아들여야 한다. 공교로운 일이다.

공교롭고도… 추운 날씨는 추운 채로 에누리가 없다. 모세혈관이 늘어나고 늘어난 채 언다. 피부가 갈라진다. 머리카락이 대전된다. 턱관절이 수축해서 이가 아프다. 안경알에 김이 서린다.

24일 점심 결혼식에 다녀왔다. 결혼식장이 퍽 멀어 오가며 멀미를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밍크 재킷, 벨트로 여민 원피스, 카디건, 니트, 복대, 히트텍, 기모 반바지를 벗어 팽개쳤다. 재킷을 제외한 옷 무게가 2kg을 넘겼다. 다른 옷 2kg을 한층 느슨한 매무새로 켜켜이 입었다. 하이힐을 워커로 갈아신고 나섰다. 남자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케이크와 카드를 받았다. 왜? 왜 이런 걸? 우리 사이에? 하지만 케이크도 맛있었고… (중략) 잘생겼고… (후략)

크리스마스라고 별것 느껴지지도 않았고, 탄성도 아우성도 남의 일이었다. 토요일 저녁부터 일을 해본다고 판을 벌였다. 그것이 무색하게 널브러져 일요일을 보냈다. (큰일났다) 이번 주는 이미 약속이 몇 잡혔다. 주말에 해야 했을 일들이 있었는데 왜 난 또 난 왜…, 헉, 이거 후회다. 후회한다.

후회라니…. 나이를 먹긴 먹는지 (쓸데없이) 느는 게 있다. 20대 가장 긴밀한 벗이었던 권태와 천착도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니 함께 갈 것 같다. 무브, 프렌즈.

바나나 쿠키도 다 먹었으니 진짜 일해야지. -_-

 

0. 감자탕 남은 것을 포장해 집에 가던 길이었다. 나는 불평을 참지 못했다. 싸가지가 없어.

“아버지 왜 이렇게…, 배 많이 나왔어요?!”
“아냐, 서있을 땐 그렇게 티나지 않아. 쪼그려 앉았을 때나 접히고 그러지.”
“옆구리 살 불룩하잖아요. 전 아버지 체형을 닮았다고 안심하며 사는데요. 희망을 보여주셔야죠.”
“젊었을 때야 배 안 나왔지. 나 배 나온 거 마흔다섯 넘어서야. 그 전엔 나한테 갈치 배라고들 그랬다.”

갈치 배라는 표현이 귀여웠다. 어르신들은 자주 쓰는 표현인 모양이다. 이제 아버지가 갈치와 닮은 것은 머리칼의 은빛 뿐이다. 갈치는 꼿꼿이 몸을 펴고 헤엄치지만 그는 등을 구부린 채 걷는다.

아버지와 작별하고 집에 돌아왔다. 먼지가 앉은 거울 앞에서 티셔츠를 슬쩍 들췄다. 옆구리 살이 두둑하게 잡혔다. 내 체형에 만족한다고 생각하려 애쓰고, 실제로도 그런 것 같은데, 허리가 이상적인 숫자에서 1인치 두꺼울 때, 어깨가 넓어 44사이즈가 들어가지 않을 때, 달거리가 끝나고 가슴이 한 컵 줄어들었을 때, 힘을 뺀 옆모습에서 배가 패이지 않았을 때, 끊임없이 불만이 치민다.

아, 멍텅구리라는 물고기가 있었지. 한숨을 뻐끔 쉬었다. 지느러미가 구겨졌다. 숨을 바위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품이 떠오르지도 않고 내 위로 쌓였다.

1. 집에서 나설 때는 항상 카드와 열쇠, 전화기 셋 중 하나 이상의 행방을 찾느라 시간을 낭비한다. 4일 전 집에 돌아왔을 때 벗어던진 외투가 무엇인지, 어느 책상에 무엇을 놓았는지, 그 위에 무슨 책을 뒤집어 엎었는지 기억하기도 큰일이다. 띄엄띄엄한 시냅스들.

원래 띄엄띄엄한가?

2. 신림동 순대타운에 갔다. 2년에 한 번쯤은 먹을만하다. 2차로 강남동태찜에 갔지만 다들 배가 불러 남겼다. 게임 기획, 회사, 이도저도 아니고 인생, 발바닥에 살이 쪄서 키가 크는 이야기를 했다.

퇴사도 2년째라니 시간이 참 빠르다.

3. 소고기, 만두, 칼국수가 들어간 어떤 전골을 먹었다. 다짜고짜 만나자고 해놓고 내가 늦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고 미리 알리지도 않았다. 준비도 부족해서 망할 운명의 미팅이었다. 충실한 결론은 못 냈다. 그저 얻어먹은 내 배만이 충실했다.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면 꽤 들었다.

커피우유신화의 원고를 뒤돌아보니 그림체가 봐줄만한 수준이 되기까지 150쪽 정도가 소요됐다. 다른 설정 자료와 미공개된 분량을 포함하면 200쪽 정도 그려야 한다는 뜻인데, 숫자로 적어놓고 보니 까마득하네 제기랄-_-; 연습을 영리하게 해야겠다. 그림 하나를 100분 이상 붙잡지 못하는 급성 싫증부터 어떻게든 치료해야 되는데, 과연?

시간이 없다. 12월이 짧다.

4. 선생님과 후배들을 다시 만났다. 원래 여자가 적은 과긴 했지만 여자 동기와 후배가 세볼 필요도 없이 적었다. Fisherman’s Friend라는 유칼립투스 캔디를 먹으며 피곤한 몸을 버텼다.

유칼립투스가 이런 맛이라면 코알라는 정말 이상한 동물이다.

5. 양꼬치를 먹었다. 계약서와 내 엄지 양쪽이 붉어졌다. 뻔한 계약서인데 매번 도장 지참을 까먹는다.

6. 다시 신림동 순대타운에 갈 뻔 했다. 2년에 두 번은 과하다.

“쳐다보지 마. 빨려들어. 순대볶음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 끝이야. 어느 순간 앉아서 고딩들하고 순대에 소주 먹어야 된다니까?” 라는 말에 등을 채인 것처럼 걸었다.

결국 족발을 먹었다. 본점에서 공수해오느라 시간이 걸린다며 황도를 서비스로 내왔다. 허기진 상태에서 맥주 한 모금에 황도를 먹었다. 이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본점에서 도착한 족발은 바깥 날씨를 상기시키는, 어딘가 추운 맛이었다. 이건 아니란 생각이 다시 들었는데 공기밥 위에 얹어 먹으니 또 맛있었다.

술을 더 마시고 싶지 않아서 (내가 불러놓고) 그들을 돌려보냈다. 집에 돌아왔다. 생각도 아닌, 기분에 휩쓸린 채로 있었다. 지금도 그러고 있다.

7. 휩쓸린 채로 있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하여튼 이러고 있다.

 

하드 디스크의 일부분을 살렸다. 그 기념으로, (살릴 가치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그림을 모아 올려본다. 작년 블로그에서 이미 포스팅한 것이다. 우려먹는다.

하지만 설명은 새로 써야지.

  1. 군산 이마트 앞 버스정류장에 앉으면 보이는 맞은편 아파트 건물 중 하나.
  2. 신원시장 입구 근처의 노점상과 노점상 주인 아주머니의 친구들.
  3. 신림역 엔제리너스 2층에 앉으면 내려다보인다. 주차금지인데….
  4. 군산의 카페 산타로사. 은파유원지 근처. 핸드폰도 카메라도 바꾸기 전이군. ㅜㅜ
  5. 산타로사의 테라스 좌석에서 은파 호수가 보인다.
  6. 지금은 망하고 없는 동네 중국집. 나 짜장면 어디서 먹으면 좋아…?
  7. 3과 같은 날, 같은 곳에서 그렸다.
  8. 여의도 주빈. 여기만 가는 건 아닌 건 또 아니다….
  9. 역시 여의도 주빈 -_-
  10. 피자 다 먹고 소화시키며 그렸다. 내 방.
  11. 지금은 망하고 없는(!!!ㅜㅜ) 관악구 대학동 슈거홀릭. 내 슈크림 내놓으라고!
  12. 분명히 신림역 엔제리너스 2층에서 그린 그림인데 3, 7의 다음날이네. -_- 무척 집중해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 성매매 산업의 변화와 대응’ 세미나에 참석했다. 서울대학교에 신양관이 세 곳이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슬아슬하게 착석했다. 자료집 살필 시간도 없었다. 붕 뜬 채로 세미나를 들었다. 하노이별에서 쌀국수를 먹었다. 쌀쌀한 날씨였다. 옷깃을 여미고 따뜻한 것을 마시자며 카페에 들어갔다. 여자 셋이 피곤에 지쳐 구석 테이블에 널브러졌다. 주문을 받던 주인이 알은체했다. “쌀국수 드시고 오셨어요?” 그는 고수 냄새로 알았다고 부언했다. 소맷자락을 킁킁거렸지만, 알 수 없었다.

닭볶음탕을 먹었다. 조미료 맛이 역력했다. 주인아주머니가 탁자 사이를 누비며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고 강한 어조로, 괜한 말을 하고 있었다. 남자친구에게 정재원 박사의 발표 이야기를 했다. 닭 뼈에 붙은 살점을 발라내는데, 등산객 무리의 사내 몇이 식사를 끝내고 노래방에 가서 도우미를 부르자고 흥청댔다. 무리의 여자들이 떠름하게 만류했다. 잘 들어먹히지 않았다. 가장 목소리가 크던 사내는 뒤이어 명문대에 다니는 자기 딸 자랑을 시작했다.

날씨는 더 추워졌다. 기억 안 나는 국산 맥주, 맛이 없던 스트롱보우, 스미노프가 날…. 머리가 지끈거렸다. 산야로에서 콩나물해장국을 먹었다.

마감을 끝내고 나니 다리가 아팠다. 위치를 특정하자면 가자미근이 있는 곳 전부다. 뼈가 시린 듯도 하고, 근육이 얼어 부서지는 듯도 했다. 당황스러웠다. 아픈 것을 어쩌지 못하고 삼성역 승강장에서 찔찔 울었다. 그러다 다리를 끌며 가기로 했던 뷔페에 갔다. 코엑스 워커힐 비자비, 맛있었다. 종일 변변히 못 먹은 덕이기도 했겠다. 한우초밥과 방어회, 세미 드라이드 토마토, 크림 브륄레를 배에 넣었더니 통증이 90% 가셨다. -_- 하지만 너무 비싸다.

역삼에서 하드를 빌리고, 대왕오징어 인형을 인수했다. 용산의 명정보기술에 가서 복구된 데이터를 확인했다. 진작에 복구했으면 맘 편히 하드를 하나 사서 썼을 것인데, 태국에 홍수가 날 줄 모르고 게으름을 피우다 이 꼴이다. 복구 비용을 결제하자니 마음이 아팠다. 그린 원고는 대부분 살아났다. 찍은 사진은 거의 잃었다. 금요일 약속을 잡아놓고 집에 왔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것인지, 하드 돌아가는 소리가 영 불안하여 CrystalDiskInfo를 추천받아 설치했다.

(의외로) 돌아다녔지만, 날씨가 추워서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날숨이 언다. 손발이 차다. 드러난 얼굴에 바람이 부딪혀 따갑다. 드러내어 딱히 좋은 꼴 볼 얼굴도 아니라 꽁꽁 싸매긴 한다. 싸매도 바람을 전부 막지 못하고, 나는 무력하다.

 

There is an article I had been going to read before today morning. All 21 pages of content. It is just a simple PDF file, but I faced a couple of unknown words in every line. I held off reading it until I am inclined to hold off every other thing. And sadly, that time has never came. I failed to meet the weekly deadline as ever then started to feeling guilty again. 안녕하세요, 영작조차 찌질한 11월의 찌질녀 joana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을 미루고 싶은 게 문제다. 원고, 책, 청소, 빨래, 설거지, 분리수거, 심지어 생각조차 미루고 싶은 게 문제다. TO-DO의 문제가 아니고, DO에 의욕이 없다. TA-DA하면서 만사가 한번에, 안 됩니까?!

안 된다.

그래서 술을 마시러 갔다. 이런 경우에 내가 인용하는 것이 토마스 아퀴나스의 경구다. 원래 잘난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일은 드물다. 장자도 중언重言은 꼰대가 잘못되면 꽝인 소리라고 말했는지 긴가민가한데 여기서 장자를 인용하는 것이 나의 유머감각. 하여튼 아퀴나스의 말은 다음과 같다. 우울할 땐 자고, 씻고, 술 한 잔. 좋은 조언이다. 그래서 자고, 씻고, 술을 마시러 갔다.

장소가 강남역이라 붐볐고, 우산을 깜박한 차에 비가 내렸지만, 적당히 잘 (얻어)마셨다. 또 대단히 잘난 체를 하다 돌아왔다. 아는 게 뭐가 있어서 지껄이는지 모르겠다. 안다는 것에 대한 정의조차 할 능력이 없다. 규정하지도 못한 개념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아는 것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일상적인 수준에서는 낭비일 뿐이다. 그리고 일상적인 수준을 벗어날 재능이 내겐 없다. 포스팅 꼴을 보니 술이 덜 깼다? ;

네이버 웹툰 작가들의 사적인 번개였다. 번개 주최자의 노력 덕분에 못 보던 얼굴 여럿을 봤다. 누구는 젊고, 열의에 차 있고, 성실했다. 누구는 숙련되어 이미 자리를 굳혔다. 모두 가진 사람도 있었다. 나는 조금 어리둥절했다. 내게 흘러넘친 것은 불안과 체념이기 때문이다. 그 과잉은 틀리지 않았다.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할 만큼은 건방지다. 어쩌겠어, 이렇게 구성된 자존감으로 버티는 게 이번 생인데. 하지만 질투를 아직 지울 수는 없었다. 그 젊음을, 열정을, 끈기를, 성공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많은 고민을 다시 떠올렸다. 고민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도 저도 어렵긴 하다.

하기 싫은 일을 못 하는 성격이라고 당당히 말할 때는 우스워 보일 수 있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을 때는 우습지 않다. 싫다.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괜찮다.

흠.

밤새자는 권유를 뿌리치고 택시로 집에 왔으나 노트북 켜고 넋 놓느라 쉬지 못했다. 멍청한 짓이다. 읽으려던 글에서는 claim만 체크했다. 간신히 논점은 알겠다. 한국어로 된 웹 문서를 몇 개 봐둔 덕분이다. 다음 화 원고는 늦지 말자 싶은데, 매주 이맘때 같은 결심을 하고 있으니 확신하긴 어렵다…. 그 외에 물을 마시고… 두 시간 정도 자는 게 좋겠다. 씻겠지만, 오늘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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