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정원
text 2008/06/15 00:50
침울한 네 번째 왕이 다스리는 나라가 잊혀진 자들의 땅 어디에 있다. 왕은 모래 한 줌만 가지고도 나라를 잘 돌보았다. 모래 한 줌을 넘겨 다스릴 백성도 없었다.
그리고 정원이 있었다. 정원은 네 번째 왕의 자랑이며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왕의 유물이었다. 왕이 돌보는 모래 한 줌도 이 정원의 것이었다. 왕은 정원에 소홀하지 않았다. 그는 손수 정원사를 채용했다. 정원사는 멀지 않은 곳에서 왔노라고 했다. 정원사의 모자는 너무 커서 챙의 가장자리가 국경까지 그림자를 드리웠다. 나라가 전부 어두워졌다. 이끼와 덩굴풀이 서로 기대며 자라났다. 심술궂은 정원사는 넝쿨이 손님의 발목을 잡아 넘어뜨리도록 가꾸었다. 왕도 웃자란 풀에 곧잘 발이 걸렸다. 어느 날 완전히 넘어지고 말아, 일어나며 손으로 바닥을 긁었다. 왕은 서서 쥔 것을 풀었다. 모래가 어둠에 젖어 검게 흘러내렸다. 흙 가운데 몸이 둥글고 축축한 벌레가 있어, 양껏 몸부림치며 왕의 손목을 감았다. 왕은 놀라서 펄쩍 뛰었다. 그바람에 왕관이 벗겨졌다. 함께 정원사의 모자도 벗겨졌다.
풍요롭던 진흙이 햇빛 아래 드러나고, 부정한 풀이 정히 말라 죽었다. 왕의 정원은 고운 모래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다섯 번째 왕이 네 번째 왕의 기억을 잊었다. 그 역시 모래 한 줌을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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