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먼 나라이다
text 2008/03/30 00:16 백 걸음 바깥에 나라가 하나 있었다. 조약돌처럼 반짝이는 머리채를 가진 공주가 다스리는 나라였다. 사람이 짐승과 어울려 살았다. 큰 비가 내렸다. 사람과 짐승의 눈과 귀가 멀었다. 짐승은 서로 부딪히다가 이를 드러내고 물어뜯으며 곧 모두 죽었다. 사람은 허리를 숙이고 겁내어 걸었다. 그러다 땅을 더듬으니, 썩은 고기를 옮기느라 바쁜 개미 떼가 있었다. 사람은 그것을 본받았다. 입을 맞추며 인사하여 평화로움을 선언하고, 두 손을 더듬이삼아 천 가지 말을 만들었다. 그래서 사람은 길게 살았다.
오랜 후에 큰 바람이 불었다. 살아남은 사람에게 병이 돌았다. 병이 입술을 타고 땅과 하늘을 뛰어다니며 사람을 잠재웠다. 잠든 사람은 숲을 한바퀴 돌아온 바람에 흐드러져서 날아갔다. 모든 사람이 잠들었다. 모든 사람이 먼지가 되었다. 공주도 눕고 곧 숨을 넘겼다. 바람은 다시 숲으로 쉬러 갔다.
사실 한 명은 남았다. 우연히 왼 눈을 보존했으되 입술이 없어 쫓겨난 문둥이였다. 문둥이는 숲 가장자리의 거적을 헤치고 나와, 먼지 쌓인 흙을 요밀히 밟고 잠든 사람이 있는 땅까지 갔다. 문둥이는 먼지 쌓인 거울과 녹슨 고기칼을 구했다. 옷맵시를 고치고, 제 혀를 베어서 아래웃니를 덮었다. 석회같은 빛깔의 머리채를 늘어뜨린 공주가 곱게 누운 향소의 단이었다. 문둥이는 머리와 어깨와 달뜬 심장을 돋워서 인사를 했다. 감히 공주의 발치에 누웠다. 잠이 들었다. 그래서 남았던 한 명도 목숨을 놓고, 마침내 모두 평화로워졌다.
자, 이제 백 걸음 바깥에는 아무런 나라도 없다.
오랜 후에 큰 바람이 불었다. 살아남은 사람에게 병이 돌았다. 병이 입술을 타고 땅과 하늘을 뛰어다니며 사람을 잠재웠다. 잠든 사람은 숲을 한바퀴 돌아온 바람에 흐드러져서 날아갔다. 모든 사람이 잠들었다. 모든 사람이 먼지가 되었다. 공주도 눕고 곧 숨을 넘겼다. 바람은 다시 숲으로 쉬러 갔다.
사실 한 명은 남았다. 우연히 왼 눈을 보존했으되 입술이 없어 쫓겨난 문둥이였다. 문둥이는 숲 가장자리의 거적을 헤치고 나와, 먼지 쌓인 흙을 요밀히 밟고 잠든 사람이 있는 땅까지 갔다. 문둥이는 먼지 쌓인 거울과 녹슨 고기칼을 구했다. 옷맵시를 고치고, 제 혀를 베어서 아래웃니를 덮었다. 석회같은 빛깔의 머리채를 늘어뜨린 공주가 곱게 누운 향소의 단이었다. 문둥이는 머리와 어깨와 달뜬 심장을 돋워서 인사를 했다. 감히 공주의 발치에 누웠다. 잠이 들었다. 그래서 남았던 한 명도 목숨을 놓고, 마침내 모두 평화로워졌다.
자, 이제 백 걸음 바깥에는 아무런 나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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