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간척 이야기
text 2008/03/08 22:04 눈 사이가 유별나게 먼 것을 빼면 유별날 것 없는 보통 소년이었다. 저 생긴 것에 관심이 많을 나이였으나, 미간척은 태연했다. 그는 다른 것에 관심이 있었다. 그는 왕의 목을 베고자 했다. 똑같이 눈 사이가 멀었던 네 아비가 억울히 죽었다, 왕의 짓이다, 네가 아비의 복수를 하여라 하는 어미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소하고 재미있는 일에 관심 가질 틈 없이 내처 자라버린 미간척으로서도 억울할 일이겠으나, 젊음을 홀로 치러낸 어미는 독기로 눈이 멀었다.
그래서 미간척은 열 다섯 살에 투명한 검을 등에 지고 길을 떠났다. 그 검이야말로 아버지가 죽음을 각오하고 두드려 낸 물건이었다. 어미는 삯바느질로 모은 노자를 쥐어 주고 미리 목숨을 끊었다. 몇 벌 없는 옷과 식량을 챙겨 비끄러매고,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뒤로 하였다. 길이 거칠고 좁았으나 그는 젊어서 너울너울 걸어갔다. 이슬 젖은 잠도 잘 잤고, 마른 떡도 잘 먹었다.
몇 밤째인가 자고 깨어나 이마의 이슬을 터는데, 험한 인상의 선비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선비는 미간척에게 어디로 가느냐 묻고, 등의 검집을 눈여겨 보았다. 혹시 왕을 죽이러 가느냐, 내가 눈 사이가 먼 아이의 소문을 들었더라 하고, 미간척이 어색하게 부정하자 허허 웃었다. 선비는 큰 걸음으로 미간척을 따르더니, 그를 돕겠다고 제안했다.
왕 앞에 나서자 선비는 공손히 절하고 큰 솥에 물을 채워 달라 하였다. 솥을 꺼내자 불을 활활 피우고 물을 끓였다. 선비와 미간척은 검을 들고 춤을 추었다. 선비의 춤이 대단하여 사람들은 넋을 잃고 보았다. 미간척은 좀 모자란 솜씨로 선비를 따라 덩실대었는데, 선비가 솥의 모서리를 따라 돌며 미간척의 머리를 잘라 솥에 빠뜨렸다. 왕과 신하가 웅성거리는 동안 선비가 하릴없이 춤을 추고, 잘 삶긴 미간척의 머리가 둥실 떠올랐다.
그래서 미간척은 열 다섯 살에 투명한 검을 등에 지고 길을 떠났다. 그 검이야말로 아버지가 죽음을 각오하고 두드려 낸 물건이었다. 어미는 삯바느질로 모은 노자를 쥐어 주고 미리 목숨을 끊었다. 몇 벌 없는 옷과 식량을 챙겨 비끄러매고,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뒤로 하였다. 길이 거칠고 좁았으나 그는 젊어서 너울너울 걸어갔다. 이슬 젖은 잠도 잘 잤고, 마른 떡도 잘 먹었다.
몇 밤째인가 자고 깨어나 이마의 이슬을 터는데, 험한 인상의 선비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선비는 미간척에게 어디로 가느냐 묻고, 등의 검집을 눈여겨 보았다. 혹시 왕을 죽이러 가느냐, 내가 눈 사이가 먼 아이의 소문을 들었더라 하고, 미간척이 어색하게 부정하자 허허 웃었다. 선비는 큰 걸음으로 미간척을 따르더니, 그를 돕겠다고 제안했다.
왕 앞에 나서자 선비는 공손히 절하고 큰 솥에 물을 채워 달라 하였다. 솥을 꺼내자 불을 활활 피우고 물을 끓였다. 선비와 미간척은 검을 들고 춤을 추었다. 선비의 춤이 대단하여 사람들은 넋을 잃고 보았다. 미간척은 좀 모자란 솜씨로 선비를 따라 덩실대었는데, 선비가 솥의 모서리를 따라 돌며 미간척의 머리를 잘라 솥에 빠뜨렸다. 왕과 신하가 웅성거리는 동안 선비가 하릴없이 춤을 추고, 잘 삶긴 미간척의 머리가 둥실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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